정지욱 기자 | date : 2012-01-25

수도권 팀들의 경우, 대구를 연고로 하고 있던 오리온스가 고양으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이동거리가 비교적 짧아진 편입니다. 문제는 지방 팀들입니다. 경상도에 연고를 둔 부산 KT, 울산 모비스, 창원LG는 수도권과 먼 거리 만큼이나 이동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거리 이동을 직접적으로 겪고있는 이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버스 안에서의 이야기, 그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뽀너스 원샷에서는 LG세이커스의 버스 운행을 책임지고 있는 권순일(48세) 씨를 만나봤습니다.
권순일 씨는 1999-2000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무려 13시즌 동안 LG세이커스의 운행을 맡아왔습니다. LG의 한 관계자는 권순일 씨를 두고 'LG세이커스 역사의 산증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조성원(현 삼성 코치), 현주엽(은퇴), 조상현(현 오리온스) 등 LG를 거쳐간 수많은 스타 선수들이 권순일 씨가 운행하는 버스에 몸을 싣고 프로생활을 해왔습니다.
우선, 올 시즌 프로농구 일정의 빡빡함은 권순일 씨의 말에서 확연하게 드러났습니다.
"13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지만, 이런 일정은 처음인 것 같네요. 주유비용으로 쓰는 법인카드가 나오는데, 그 금액이 한달에 700만원 정도가 됩니다. 그동안은 한 번도 금액 이상으로 주유를 해본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한도 초과가 나오더라고요. 우리 팀의 경기 일정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기도 하죠."
그 자리에서 권순일 씨의 설명과 함께 LG의 1월 경기 일정을 확인해봤습니다. 인천(1월 1일)-창원(1월 4일)-서울(1월 6일)-창원(1월 8일)-고양(1월 11일)-부산(1월 14일)-창원(1월 15일, 18일)-서울(1월 22일)-창원(1월 24일). 24일 창원 경기 이후 선수들은 올스타 휴식기를 위해 다시 서울로 상경했습니다. LG는 수도권과 경남권을 무려 9차례나 오고 갔습니다.
구단버스의 연료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한 번 왕복에 70만원 상당이 필요합니다. 공회전에 쓰이는 연료비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권순일 씨는 선수들이 버스에 탑승하기 약 1시간 전부터 버스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버스 내부 온도를 높이기 위함입니다. 자칫 선수들이 감기에라도 걸린다면 경기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권순일 씨는 "버스 안이 덥다는 이야기가 나올지 언정 춥다는 말은 나와서는 안됩니다. 경기를 할 때도 3쿼터 부터는 차에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공회전 시간이 많다보니 연비가 좋을 수가 없죠. 하지만 선수들이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입니다. 버스안이 춥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제가 직무유기를 한 것이나 다름없죠"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가뜩이나 긴 공회전 시간에 이동 거리도 길어지다보니 연료비 상승은 당연한 이치였습니다.

최근 LG의 버스 안 분위기는 조용한 편이라고 합니다. 부진한 성적 때문이지요. 권순일 씨는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이겨도 조용한 분위기에요. 버스 안에서 잠들어 있는 선수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죠. 여름에 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는데, 성과가 잘 나오지 않고 있으니까요. 다 동생 같은 아이들인데... 지더라고 실망하지 않고, 건강하게 시즌을 잘 치렀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선수들을 격려했습니다.
권순일 씨 역시 선수들을 안전하게 이동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졸음 운전 방지를 위해 매일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있으며 운행 전날은 절대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고 합니다.
"선수단 회식이 있어도 술을 입에 댈 수가 없죠. 술을 좋아하는 편인데, 운전을 해야 하니 마실 수가 없지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요. 선수들을 안전하게 이동시켜야 하니까요. 구단에서도 안전에 대해서는 신경을 많이 써줍니다. 타이어 교체나 사소한 버스 정비 지출에 대해 절대 '왜'라는 말을 하지 않아요. 오히려 구단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낼 정도죠. LG는 버스도 4년에 한 번씩 바꿔줍니다. 프로농구 구단 중에 가장 버스도 자주 바꿔주는 구단일 겁니다. 구단에서 신경써주는 만큼 저 역시 책임감을 갖고 있어요."
명절 연휴 기간은 이동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운전 경험이 많은 권순일 씨라도 차량 증가로 인한 정체는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LG는 이번 설 연휴 기간에도 창원과 서울을 오고 갑니다.
"선수들은 아무래도 빠른 시간에 이동하기를 원하지요. 차가 밀리지 않는 시간 대나 길을 잘 파악해두어야 하죠. 연휴 기간에는 정체가 되면 문제가 많아집니다. 휴게소를 들르는 것도 쉽지 않거든요. 휴게소마다 차들이 많다보니 주차할 공간도 없어요. 화장실 앞에 차를 잠깐 대놓고 선수들이 빨리 일을 보고 나오게 하는 수 밖에요."
오랜 기간 동안 프로 구단의 버스 운행을 맡으면서 그는 명절 연휴기간 동안 고향을 향해 운전대를 잡은 기억이 없습니다. 올 명절에도 운행으로 인해 고향을 찾지 못했습니다. 권순일 씨의 고향은 대전이라고 합니다. 창원으로 향하는 길에 고향을 지나치며 눈으로 보는 것이 전부 입니다.
"대전이 고향이고, 아버지의 묘가 논산에 있어요. 그곳을 지날 때마다 산을 쳐다보고 사고 없이 선수들을 잘 이동시키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고는 합니다."
선수들로 부터 "LG버스가 가장 편하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는 권순일 씨. 그와의 이야기를 통해 구단 버스는 선수들의 휴식, 권순일 씨와 같은 운전 기사 분들의 노력과 정성, 구단의 아낌없는 투자가 깃들여져 있는 또 하나의 농구 이야기 공간 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