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 기자 | date : 2012-01-25

신인왕, 올스타, 국가대표까지...베테랑 김성철은 많은 것을 이뤘다. 1999년 데뷔 후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안양에서 뛰었다. 하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제 후배들이 그의 꿈을 도울 차례다.
안양을 대표하는 프렌차이즈 스타
경희대시절 김성철은 윤영필, 강혁과 함께 삼각편대를 구축해 주목을 받았다. 1999년 드래프트에는 유난히 좋은 스윙맨 자원이 넘쳤다. 조상현, 조우현, 황성인이 1-3순위를 휩쓸었다. 김성철은 4순위로 SBS 스타즈 유니폼을 입었다. 장신슈터로 가능성이 높았지만 대학시절 이름 값이 뒤떨어진 것이 사실. 대학동기 강혁은 5순위로 삼성, 조동현은 8순위로 대우에 입단했다. 이들 외에 아직까지 현역으로 남아있는 선수는 없다. 조동현은 올 시즌 8년 만에 올스타로 선정돼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김성철은 기아에서 이적해 온 ‘리바운드왕’ 클리프 리드, ‘이동미사일’ 김상식, ‘저승사자’ 정재근, 대학동료 윤영필과 호흡을 맞췄다. 재미있는 것은 KBL 통산 첫 득점과 3점슛의 주인공 이상범 감독은 당시 벤치워머였다는 점. 김성철은 데뷔전이었던 1999년 11월 9일 창원 LG전에 선발출장, 10점을 올렸다. 프로에서 처음 던진 3점슛도 림을 통과했다.
김성철은 데뷔시즌 평균 12.7득점, 3점슛 37.2%, 경기당 3점슛 1.3개의 기록으로 신인상을 차지한다. 개인기록은 SK로 이적한 조상현(평균 17.2점, 3점슛 35.5%, 경기당 3점슛 1.9개)과 조우현(14.4점, 3점슛 33.9%, 경기당 2.2개), 황성인(10.2점, 4.8어시스트, 3점슛 33.7%, 경기당 1.5개)보다 떨어졌다. 대신 SBS를 리그 5위(21승 24패)로 올려놓은 점을 인정받았다. 우승팀 SK의 서장훈은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다. 상을 나눠먹는 KBL의 특성상 조상현과 황성인은 신인상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조우현은 8위에 그친 팀 성적이 발목을 잡았다.

김성철은 195cm의 장신에서 나오는 타점 높은 슈팅이 일품이다. 스트로크도 빠르고 클러치타임에 강하다. 젊었을 때는 서장훈 앞에서 덩크슛을 성공시킬 만큼 탄력도 좋았다. 안면마스크를 쓰고도 몸을 날리는 등 승부욕이 남달랐다.
그는 3점슛 비법에 대해 “요즘 선수들이 장신화되면서 슈터들한테 찬스가 많이 안 난다. 각팀의 수비도 강화됐다. 아무래도 요즘 선수들이 옛날 선배님들에 비해 슛 스텝이나 스킬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슛은 자신감이다. 연습을 많이 하면 자신감이 생긴다. 물론 나도 한참 멀었다”라고 밝혔다.
2004-05시즌 단테 존스와 함께 15연승을 달릴 때도 2005년 팀명이 KT&G 카이츠로 바뀔 때도 항상 김성철이 있었다. 김성철은 안양의 진정한 프렌차이즈 스타였다.
전자랜드를 거쳐 다시 친정팀으로
김성철은 리그대표 슈터로 성장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번번이 좌절했다. 4번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항상 4강이 한계였다. 2005-06시즌 KT&G는 7위로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다. 그는 친정팀을 떠나 자신의 가치를 시험했다. FA를 선언한 김성철은 연봉 3억원에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었다.
전자랜드에는 드래프트 동기생 황성인과 조우현이 있었다. 1순위 신인 전정규도 합류했다. 하지만 팀의 중심은 김성철이었다. 그는 경기 당 4개가 넘는 3점슛을 시도했다. 성공률도 41.3%로 좋았다. 원 없이 뛰고 마음껏 득점했다. 하지만 만족할 수 없었다. 팀이 매일 패했기 때문이다.
전자랜드는 06-07 9위(23승 31패), 07-08 7위(29승 25패)에 그쳤다. 2008년 플레이오프에서 김성철이 빠진 KT&G는 4강 돌풍을 일으켰다. 전자랜드는 08-09시즌 6위로 플레이오프에 턱걸이 한다. 서장훈과 하승진의 자존심싸움이 코칭스탭들까지 번졌다. 결국 5차전에서 승리한 KCC는 우승까지 차지했다.
2009년 11월 12일 KT&G는 전자랜드와 3:2 트레이드를 단행한다. 이현호, 이상준, 라샤드 벨을 내주고 김성철과 크리스 다니엘스를 데려온 것. 올 시즌 로드니 화이트가 퇴출되면서 다니엘스와 김성철은 2년 만에 재회했다.
김성철은 “9연패 중인 전자랜드를 떠나오니 마치 죄인이 된 기분이다. KT&G는 친정 같은 기분이다. 아직 집도 안양에 있고 프론트도 그대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KT&G는 2시즌 간 76패를 당한다. 주희정과 바꾼 김태술은 공익근무 중이었고 양희종은 상무에 있었다. 이상범 감독은 항상 경질소문에 시달렸다. 하지만 당시의 아픔은 박찬희, 이정현, 오세근의 선발로 이어졌다. 그동안 묵묵히 뛰어준 김성철, 은희석, 옥범준, 박상률 등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리빌딩이었다.

김성철은 지난 시즌부터 십년 넘게 지켜온 주전 자리를 내놨다. 올 시즌 평균 7득점을 올리고 있다. 데뷔 후 최저득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승부처에서 그의 슛이 터진다. 12월 14일 그는 원주 동부를 맞아 단 2점만 넣었다. 종료 2초전 터진 결승득점이었다. 12월 18일 모비스전. 3쿼터에만 12점을 몰아쳤다. 아직 그의 슛은 죽지 않았다.
김성철은 “사실 짧은 시간에 나와 중요한 슛을 성공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애들이 겨우 2-3초 남았을 때나 나에게 공을 준다. 항상 절박한 순간에 역전슛을 던진다는 생각으로 이미지트레이닝을 한다. 때로 슛을 성공시키는 내 자신이 정말 대견스러울 정도”라며 웃었다.
KGC는 12월 10일 LG전부터 8연승을 달렸다. 동부를 KO시킨 김성철의 슛이 컸다. 어느덧 이기는 것이 당연한 팀이 됐다. 젊은 선수들은 승리만 원하지 않게 됐다. 내가 더 득점하고 돋보이는 승리를 원했다. 이런 자만심은 팀웍을 흔들기 시작했다. 젊은 선수들은 처음 겪어보는 일이다.

“나도 매일 30분씩 뛰면서 20점씩 넣고 싶었다. 그런데 전자랜드를 가보니까 백날 득점해도 아무도 안 알아주더라. 정규리그에서 내가 몇 점을 넣었는지 아무도 기억 못한다. 다만 사람들은 팀 성적이 좋은 것은 반드시 기억해준다” 김성철이 요즘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다.
8연승이 끝난 후 KGC는 6승 5패로 주춤하고 있다. 1월 19일 모비스전 막판에 터진 김성철의 슛은 오펜스파울로 지적됐다.
김성철은 “내가 생각했을 때 슛 동작인데 (박종천이) 와서 걸린 거라고 생각한다. 심판이 보기에 내가 발로 찼다고 생각했다. 6:4 정도로 안 불어도 되는 파울이라 생각한다. 심판 재량이 있는 것이고, 자체판단이 있을 것이다. 흐름은 뺏겼지만 결정타는 아니었다. 주위에서 말이 많고 심판들도 따로 설명을 해줬다. 사실 (발이) 떨어질 때 의식은 좀 했다. 앞으로는 무조건 슛을 쏠 때 다리를 모으고 쏴야겠다(웃음)”면서 웃어넘겼다.
김성철이 후배들에게 던지는 조언
오세근
“그전에 팀이 특정선수(오세근, 김태술)한테 치우친 모습을 보였다. 오세근도 몸도 안 좋고 집중 견제를 받아 요즘 생각이 많다. 동부전(5라운드 동부전 역대최소 41득점 패배) 이후 선수들이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요즘 오세근이 조금 위축되어 있다. 슛을 놓칠 때마다 ‘죄송해요 형’한다. 아직 완벽한 선수가 아니기에 좋아질 것이라 본다”
양희종
“(양)희종이가 너무 어중간한 3번이다. 골고루 잘한다고 봐야하는데 프로에서는 기본적으로 슛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상대에게 수비에서 약점을 주니까”
“예를 들어서 희종이는 싫어하겠지만 윤호영과 비교를 많이 하더라. 윤호영을 1년차 때랑 지금 비교하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윤호영이 외곽에서 자신감이 생기니까 동부를 수비할 방법이 없다. 윤호영은 기본적으로 돌파나 골밑이 좋은데 3점슛까지 좋으니까...... 그런 점이 자신감이다. 본인도 연습을 많이 했을 것이다”
“연습 때 그런 점을 희종이에게 심어주려고 한다. 희종이는 터프한 애다 보니까 공을 잡으면 자꾸 돌파를 하려고 한다. 상대 수비가 유리한 면이 있다. 예전에 동부를 수비할 때 외곽의 윤호영을 버리고 갔다. 픽앤롤에서 윤호영을 놔두고 다른 선수 더블팀을 했다. 지금은 외곽찬스가 나면 넣을 것 같다.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너무 잘한다. 그런 점이 차이다. (양희종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한다”
“양희종이 공만 잡으면 습관적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돌파를 하려고 했다. 돌파를 하고 싶으면 슛을 쏘고, 슛을 쏘려면 돌파를 해야 한다. 슛과 돌파의 동작이 같아야 하는데 (양희종은) 확연히 구분이 된다. 그런 연습을 많이 해야 재미있고 농구를 알게 된다. 요즘은 좀 달라졌다”
김태술
“(김)태술이도 마지막 슛이 괜찮다. 요즘 슬럼프를 조금 겪고 있는데 나아질 것이다. 자꾸 개인기량을 믿고 정면승부를 하려고 한다. 양동근과 붙고 느낀 게 있을 것이다. 양동근은 12점 밖에 안 넣었지만 승부처에 5점을 넣었다. 태술이는 시종일관 (양동근과) 정면승부를 하려다가 체력이 떨어져 실수를 했다. 태술이는 2년간 공백도 있다. 반면 동근이는 국제대회 경험이 많아 상대와 싸우는 요령이 있다”
이정현-박찬희
“정현이나 찬희는 (마무리가) 조금 부족하다. 내가 할 때와 안 할 때를 잘 모른다. 이미 수비가 완벽해 불리한 상황에서 끝까지 (자기가) 해결하려 한다. 수비가 자리 잡았을 때 들이대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확률이 떨어진다. 아직 2년차라 무모하다. 그런 점이 나아지면 된다. 정현이도 결정력이 있다. 다만 조금 득점에 대한 욕심이 있다. 소위 먹어댄다고 한다. 이거다 싶으면 들이댄다. (출장시간이 적은) 식스맨이라서 그렇다”

올 시즌은 김성철에게 절호의 우승기회다. KGC는 전신 SBS시절부터 한 번도 챔피언결정전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김성철은 KGC 젊은 선수들이 왕조를 이루기를 기대하고 있다.
“요즘 분위기가 안 좋으니까 선수들 자신감이 좀 떨어졌다. 플레이도 멈칫거리고 과도기인 것 같다. 하지만 이걸 넘기면 엄청난 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우리 나이가 돼서 뒤돌아보면 정말 좋은 멤버들과 뛰었을 때 뿌듯함은 잊지 못한다. 좋은 팀에서 뛰었다는 자부심이 있다. 이제 시작을 하는 선수들인데 너무 앞만 보는 것이 안타깝다. 누가 득점을 더 하고 얼굴표정이 안 좋고......KBL에서 강팀으로 군림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개인적인 것만 생각해서 잘 못 본다. 하지만 나중에 돌아봤을 때 팀 성적이 좋을 때 얼마나 자부심이 있는지 모른다”
“앞으로 10년을 더 할 선수들이다. 나도 가끔 ‘부럽다’는 생각을 한다. 아가씨들도 좋아할 것 아닌가? (웃음) 프로농구가 다시 인기를 얻기 위해서라도 후배들이 잘해야 한다”
오늘도 김성철은 벤치에서 아빠미소를 짓고 있다. 물론 중요한 순간에 터트릴 한 방을 가슴에 간직한 채.
사진_KBL PHOTOS